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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막여친 말고, 고막남친 말고, 그냥 고막사람 둘이 고막을 울리는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바다 건넌 펜팔.
[✍️ by 🐳프로듀서 오막 x 🍊작가 한아임]
💌 매달 1일, 15일에 발송 💌
안녕 산촌여정 이상 창작 연도 미상아,
밴드 하는 산촌여정 이상 창작 연도 미상이라니, 상당히 기대가 된다. 당연히 보러 가야지. 네가 지난번 편지에 첨부한 곡들을 부른 보컬들처럼 무대에서 “이이이이하” “우이하” 이런 소리를 낼 걸 상상하니까 꼭 보러 가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줄에서 열심히 손을 공중에 훠이훠이 흔들겠다. 아니면 혹시 오막은 기타만 치고 목소리는 내지 않을 계획인가? 그래도 락밴드라면 “이이이이하”아니면 “우이하” 몇 번은 해줘야 하지 않은가?
근데 줄 이어폰이 실제로 음질이 더 좋지 않아? 내 블루투스 이어폰이 구린 건지, 나는 그걸 쓰면 항상 미세한 잡음이 들리는 것 같다. 그런데 아이폰을 쓸 때는 블루투스밖에 쓸 수가 없어서, 움직이지 않을 때도 그걸 들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데스크탑으로 줄 달린 이어폰이나 줄 다린 헤드폰을 연결해서 들으면 소리가 아주 그냥 청.명.!!! 너무 좋다 이 말이다. 수년 전에 아이패드를 살 때도 바로 이 이유 때문에 이어폰 잭이 있는 모델을 샀다.
그렇다고 아이폰-아이패드-맥을 포기할 순 없다. 왜냐? 거기에밖에 없는 앱들이 있거든. 미국은 확실히 iOS MacOS 위주로 창작자들—음악가,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등—이 쓰는 도구들이 생겨난다. 윈도우 앱은 안 생기는 경우도 있음. 그리고 윈도우가 강제 업데이트로 내 파일을 날리고서 나를 컴맹인 듯 멍청이 취급한 이후로 (헬프 포럼에 가면 흔히 있는… ‘혹시 너님이 버튼 잘못 누른 거 아니세요?’) 난 윈도우 혐오자가 됐다. (다행히 파일은 백업되어 있었다만, 윈도우 절대 다신 믿지 않지!) 윈도우 강제 업데이트들을 지금도 경멸한다. 특정 일로 특정 프로그램을 써야 하는 거 아니면 윈도우 절대 안 씀. 윈도우가 더 가성비가 좋은 경우는 오피스 업무를 하는 경우인 것 같다. 음악/그림/심지어 그냥 글만 쓰는 작가도 iOS MacOS가 남는 장사다. 월정액제가 아니라 한 번 지불하면 끝나는 시스템이 많아서. 오막도 알겠지만, 작업을 한 달만 할 게 아니라 한평생 할 거면 애플이 개이득. 그 안정성을 수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이 말이다! 특히 글 쓰는 사람들은, 애플에서 절대적으로 좋은 Scrivener… 절대 포기 못 함.
그러니까 어차피 내가 계속 쓸 애플은 사실은 환경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환경 운운하지 말고 이어폰 잭이나 다시 만들어라. 애플이 환경을 운운하다니 정말 웃긴다. 마치 팔지도 못할 책 막무가내로 찍어놓고 파괴해 버리는 대형 미국 출판사들이 환경 운운하는 것 같다. ^^… 이어폰 잭 안 만들면 사람들이 이어폰을 안 쓰나? 블루투스 이어폰 강매하는 거 아니냐 이 애플 슈방구들아.
아무튼 네가 슬램덩크 엔딩곡을 언급했으니 말인데, 나는 오프닝곡도 너무나 좋아했다.
https://youtu.be/wntk5BCXyng?si=N77evG6u_t1IrIDp
슬램덩크 – 너를 좋아한다고 외치고 싶어
나는 딱 이 비디오판 오프닝을 들었다. 박상민 님 버전이 아니었다. (댓글을 보니, 이 비디오판 오프닝을 부르신 분은 박용진 님이라고 한다.)
아. 청춘이여. ㅋㅋㅋㅋ 나는 농구를 한 적이 없는데… 왜 이게 청춘인가? 심지어 내가 슬램덩크를 봤던 건 독일에서였다. 그때는 한국어로 된 프로그램을 녹화해서 빌려 보는 가게들이 있었다. 돈을 내고 녹화본을 빌려봤단 말이지.
우리 집이 당시 특이한 구조였는데, 집이 언덕 같은 곳에 지어져 있어서, 1층으로 들어간 다음에 한 층을 내려가면 거기가 지하가 아니라 또 다른 지상층인, 그런 구조였다. 그렇게 1층에서 아래층으로 계단을 내려가는 부분에 난간이 있었는데, 그 난간과 계단이 만들어 내는 네모난 공간에 나랑 내 동생이 이불이며 쿠션을 놓고 들어가 앉기 딱 좋았다. 우리는 그때 10살도 안 됐을 때니까, 정말 작은 공간이었을 거다. 공간이 남아도는 게 아니라 정말 딱 적당했거든. 그러고서 건너편 벽에다 TV를 둔 거지. 그렇게 슬램덩크를 봤었다.
오막이 하코네 집값을 찾아보는 동안 나는 금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전소미 님이 ‘금금금’을 냈잖니?
나는 이 노래를 쇼츠로 처음 봤는데, 아뉘… 가사에 꽂혀가지
I got a lotta 금-금-금-금-금
많아 금은보 and 화-화-화-화-화
I got a lotta 금-금-금-금-금
많아 금은보 and 화-화-화-화-화
신박스럽네. 금은보화라는 단어야 원래 있는 거지만 금화금화금화금화 반복되는 것도 신박스럽고 왜 이렇게 차지지? (표준국어대사전의 이 뜻을 말함: “반죽이나 밥, 떡 따위가 끈기가 많다.”)
전소미 님의 ‘금금금’이랑 ‘Fast Forward’ 안무의 수많은 커버를 봤지만 전소미 님만큼 차진 걸 본 적이 없어. 그녀는 인절미 같다. 고소하고 차져. 춤을 저렇게 출 줄 알면 정말 좋겠다… 사람 몸이 어떻게 저렇게 움직이냐… 사람이 아닌가 보다… 얼마 전에 ‘바비’ 영화 나오면서 바비코어 얘기도 나오던데 전소미 님 핑크핑크 옷 입은 바비코어 쇼츠도 돌아다니더만… 그녀는 인형… 그녀는 고소하고 차진 인절미… 황금 인절미…
그리고 가사들이 대체로 직설적인 줄 알았는데…
이제 연락하지 마, 너 진짜 개별로니까
근처에서 숨도 쉬지 마, 내 산소 아까우니까
아닌 곡도 있더라:
나는 너의 바다
Baby, you’re my sky
내 맘의 물고기는
너를 향해 날아가
거리감 좁히지는 말아
우리의 아지랑이 근처에서 만나
직설적이든 아니든 좋더라… 이번 EP에 있는 거 다 좋아.
나는 전소미 님이 거쳐 온 과정을 사실 하나도 모른다. 프로듀스 101???에 나왔었다고 언뜻 듣긴 했는데 그 프로그램의 어마어마한 히트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나부랭이인 나는 그 열기를 실감하지 못했고, 그냥 그런가 보다, 라고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돌아온 그녀는 황금 인절미, 바비코어의 절정, 금은보화 그 자체… ❤️
사람이 꽃피는 때가 있는 것 같다. 아직 엄청 어리시기도 하니 앞으로 대체 몇 번을 얼마나 더 아름답게 피어날지 알 수 없다만 일단 지금 롸잇 나우 너무나 아름답다.
금은보화에 푹 빠져, 나는 돈내나는 노래를 계속해서 들었다. 내가 느끼기에 가장 물질적인 돈내의 끝판왕은:
간간이 물욕 풍기는 곡을 들으면 좋더라고. 우리가 아바타계에 사는 한, 그리고 물물교환을 하면서 살 게 아닌 한, 즉 정말로 자유롭게 세상을 체험하려면, 뭔가 매개체가 필요하다. 현재에는 그것이 ‘돈’이라는 형태로 자리잡아 있다. 그것은 많을수록 좋은 건 아니지만 적을수록 좋은 건 정말 더더욱 아니다. 후자 쪽으로 정신승리를 하는 거야말로 승리하는 척하면서 지는 길…! 요즘 ‘나’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깨달았다는 사람들이 돈은 물론이고 자신의 몸을 비롯한 물질계를 등한시하다 못해 혐오하는 양상도 관찰하게 되는데, 이거야말로 못 깨달은 이원성의 덫이 아닐 수 없다!
몸을 갖고 이 세상에 온 이유가 있겠지. 그걸 혐오하면서 무슨 깨달음을 얻었다는 건지, 나는 알 수 없고, 만약 그게 깨달음이라면 알고 싶지도 않다. 내가 어떤 돈을 벌게 될지, 아니면 안 벌게 될지 못 벌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저런 망상에 빠지진 말아야지…
그리고 이것은 내가 초보자라 할 수 있는 말이다. 이제 조만간, 나도 이런 말을 하면 안 되는 날이 오겠지. 이것은 마치 방구석 축구훈수러들이 프로 축구선수를 욕할 수는 있지만, 진짜 프로 축구선수는 다른 축구선수를 욕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업계(?) 사람들한테 맘대로 훈수 둘 수 있는 것은 비프로와 초보자들의 특권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비프로가 프로가 되고, 초보자가 경험자가 되면, 그 프로와 경험자는 이제 더는 업계가 아무리 구릴지언정 아무렇게나 욕할 순 없게 된다. 왜냐? 이제 업계의 일부니까. ㅎㅎㅎ 업계가 마음에 안 들면 그 마음에 안 드는 것이 더는 업계가 아니게 할 의무는 이제 그 사람에게도 있다.
나에게도 있게 될 거다.
돈내가 나는 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나한테 돈이 많을 때이고 또 하나는 그냥 돈이 많은 시공간에 마침 존재하는 것이다. 이 후자에 속하는 노래가 있으니:
이것은 돈이 없는데 돈이 많이 오가는 공간에 마침 있게 된 캐릭터에 대한 곡으로 느껴진다. 누아르 냄새가 물씬 풍긴다. 돈의 양은 많은데 그것에 대한 결핍이 어마어마해서 그 돈 때문에 죽고 죽이는 느낌.
아, 비비 님은 내가 즐겨 관찰하는 아름다운 사람들 중 하나다. 노래며 춤이며 연기며 종합선물세트다. (오만 원권이 생긴 이후로 지폐의 황금성(?)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황금빛 풍년이로다…)
근데 나는 참 유독… 아름다운 여자들을 보고 희열을 느낀다. 왜 그렇지? 참 나. 멋있는 남자들도 많잖아? 그리고 어마어마하게 잘생겼다는 남자들도 많다. 그런데 그분들이 아무리 잘생겼어도 나는 그분들을 보고 ‘아… 생겼구나.’라는 생각만 든다. 잘생겼다는 생각이 안 드는 것이다…! 머리로는 잘생김을 인지하지만 그것이 나에게 어떤 감동을 주진 않는다.
그런데 아름다운 여자를 보면 미친 듯이 희열이 느껴지는데, 이게 왜인가? 심지어 그 ‘아름다움’의 폭이 꽤 넓다. 그리고 그것은 외적인 것도 분명히 포함하되 뭔가… 영혼을 통으로 포함한다. 뭐냐면, 나는 이성애자가 확실하다. 심지어 나한테 양성애 성향이 있나 싶어서 ‘내가 저 여자랑 사귄다면?’ 하는 상상을 능동적으로 해보기도 했다. 근데 그런 종류의 성적인 매력을 느끼는 게 아닌 것 같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를 보면서 섹시함을 느끼는데, 그것이 그 사람이랑 3차원에서 섹스를 하고 싶어서는 아니란 말이다. (할머니 2010년에 사망하셨다고…) 그보다는, 지옥에 갔다 왔다길래 섹시한 것.
심지어 섹시한 여자가 인간일 필요도 없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보고도 ‘언니 나를 가져’ 느낌이 드는데, 이것은 ‘가짐’을 어떻게 정의하든지 간에 3차원에서의 가짐을 말하는 게 아니다. 가장 최근의 예시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 나오는 나우시카 공주다.
언니 너무 멋져… (참고로 이 영화에서 황금빛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말 그대로 황금빛 벌판이 펼쳐진다.)
아, 나우시카를 보고 섹시함을 느끼는 나 자신을 알기에, 나는 그 어떤 다른 애니나 게임, 즉 흔히 ‘실제’가 아니라고 여겨지는 스토리를 흡수하고 그 캐릭터들에게 애정을 느끼는 경우를 깔볼 수가 없다. (얼마 전에 ‘마스크걸’을 봤는데, 심지어 주오남 급의 오타쿠도 그 오타쿠성 자체는 이해가 간다. 그러고 보니 안재홍 님 잘생겼지… 암 잘생겼지… 그 드라마에서는 안 생겼지만…)
아무튼 그럼, 그렇다고 해서 한아임이 멋있어 죽는 사람을 인지할 때 성이 아예 역할이 없는가?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말했듯이, 남자한테서 이런 걸 느끼진 않거든. 그런데 전소미 비비 나우시카 루이스 부르주아는 황금빛 인절미고 쫄깃하며 차진 희열을 준단 말이다…!
내가 너무 차별적인 것 같다.
오막이 하코네에서 지내며 작업할 수 있길 바라며, 돈내 나는 곡 하나 더 보낸다.
이 노래는 워낙 너무 좋은 노래 아니니?
줄리 앤드루스도 너무 멋지지…
하… 갑자기 ‘프린세스 다이어리’ 1편도 생각나네. 앤 해서웨이도 킹 멋지지… 심지어 노래도 잘한다? 기가 막혀. 참 나.
세상은 아름답고 살 만하구나…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구나… 역시 아름다운 게 최고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주냐… 이것이 착한 일이 아니면 뭐냐…
그래. 이쯤에서 나의 덕후성을 마무리해 보겠다. 오막이 락밴드 꼭 해서 무대에 서서는 오막을 아름답다고 하는 사람들 환호받길 바란다. 아름다운 건 좋은 거지. 음 그래.
그럼 안녕!
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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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막여친 말고, 고막남친 말고, 그냥 고막사람 둘이 고막을 울리는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바다 건넌 펜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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