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아무래도 은퇴를 시키게 될 것 같다.
처음에 이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는, 영어 블로그를 하니까 당연히 한국어로도 블로그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왠지 한국어로 말하는 다른 채널에서는 못 할 수 있을 말을 블로그에서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현실은, 아임 드리밍에서 걍 전부 말하는 중. ㅎㅎㅎ 그게 아니라면 고막사람에서. 그것도 아니라면 어떻게서든 그냥 다른 채널로도 말을 하는 중이었던 것이다. (예: 요즘엔 기승전 명상!)
오디오든 텍스트든, 팟캐스트든 블로그든 소설이든 인스타든, 사실 내가 하는 말은 다 하나다. 채널이 다르다고 해서 딱히 읽는 이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읽어주는 분들의 수가 엄청났더라면 달랐을 수도 있겠다만, 그렇지 않은 듯…!) 굳이 분리해서 할 필요가…
나는 무대 컨셉이 있는 아이돌이나 역할을 맡은 배우가 아니라서, 블로그를 할 때도 그냥 한아임이고, 팟캐스트를 할 때도 그냥 한아임이고, 소설을 쓸 때도 그냥 한아임이더라. 심지어 영어 필명이랑 한국어 필명 분리조차, 만약 내가 타인의 작업물을 번역할 게 아니었더라면 필요 없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오리지널 언어를 표시하는 데에는 영어/한국어 필명 분리가 여전히 용이하다만… 한국어에서 그냥 ‘이타카’로 활동했어도 별 무리 없었을 거야. 약간 뭔가… 래퍼/아이돌 활동명 같은 느낌이 있다만, 나는 그분들이 무대에서 보이는 재능에 미치지 못함으로, 그런 혼란은 금세 사라졌을 거야…)
하여간 그래서, 이 블로그는 은퇴하게 될 것 같다.
한아임은 이타카와 달리, 간간 소식지도 있고, 고막사람도 있고, 모던 그로테스크 타임스도 있다.
그렇다고 이 블로그를 오프라인으로 가져갈 것 같진 않다. 아직은. 고막사람 한아임 파트 백업은 여전히 하고 싶다. (안타깝게도, 스티비는 불안정한 시스템을 갖고 있다. 비번이랑 아이디를 입력하고서도 한 번에 로그인이 안 될 땐, URL에 비번이 뜬다. 그래, 비번이 훤히 보이게 뜬다. 난 좀 무섭다, 그게.) 그리고 한아임에 대해 엄청 많이 궁금해하는 사람이라면 이 블로그를 한번 들춰볼지도? 5월의 봄 대청소 이후로 별로 볼 포스트가 없지만 말이다. (근데 블로그 은퇴/아카이빙 하기 위해서는 어차피 write.as에서 이리로 옮겨야 했을 것. 왜냐하면 write.as는 별도로 비용을 지불하고 쓰는 서비스고, 어쨌든 인터넷의 ‘홈’은 Siteground를 통해 호스팅 중이라, 은퇴/아카이빙을 하려면 오히려 반드시 옮겨야 했을 것. 한군데에만 돈 내면 되니까. 블로그 트래픽이 엄청난 것도 아니고 말이지. 그리고 옮기는 과정에서 모든 포스팅을 가져오진 않았을 것. 왜냐? 계속 안 건드리는 블로그라면 모를까, 건드리기로 한 거, 한 번쯤 체 치고 단도리하고 가져올 스타일이라서…)
음. 아무튼 그러하다.
아래는 ‘이사 안내’라는 제목으로 5월 말에 write.as 버전에 존재했던 글이다. write.as 버전은 폭파했다.
안녕하십니까, 인간 동지.
이 블로그는 https://ilgi.imaginariumkim.com/ 로 이사했습니다. 정확히는, 워드프레스로 이사했어요.
몇 가지 실용적인 이유는:
- 워드프레스는 스케쥴된 포스트를 완전히 비공개로 둔다는 점. 저는 스케쥴링을 엄청나게 하거든요. 스케쥴된 포스트가 공개되기 전엔 비공개로 남아야만 합니다.
- 정신건강에 좋은 2FA.
- 재미에 좋은 랜덤 포스트 기능. (새집의 우측 상단에 버튼이 있습니다.)
- 호기심쟁이들을 위한 검색 기능. (우측 밑에.)
- 수백 개의 포스트가 빠르게 쌓이는 데일리 블로그를 위한 간편한 포스트 관리.
- 기타 등등, 저처럼 별로 기술적이지 못한 이용자를 위한 각종 기능.
결론: write.as는 깔끔하고 효율적인 블로깅에 좋지만, 저에게는 워드프레스의 몇몇 기능들이 매우 용이할 겁니다.
감정적으로, write.as는 극도의 기쁨과 극도의 슬픔의 공간이 되었어요. 이런 상태와 위에 나열한 실용적인 이유들을 합하니, 그 결과로서 이곳을 매일 방문하고 싶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다음의 포스트들은 새집으로 이사했고, 여기에 링크되어 있습니다. 시간순으로:
- 무용해서 유용한 픽션 찬미
- MODERN GROTESQUE TIMES 도록 서문
- 혜원에게(“비워뒀던 자리와 하지 않은 모든 것들”)
- 그 누구의 집도 아닌, 소셜
- 얼굴, 이름
- 시간
- 혜원과의 노스탤지아 대화
- 지구오락실의 교훈
- 구조 조정이라
- “잠겨 죽어도 좋으니”
- 약간 미치게 들릴지도 모를
- 토끼의 해
- from “오직 두 사람” by 김영하
- 정말 오랜만의 비행.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