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데일리로 돌아온 건 아니지만, 여행하는 동안 틈 나는대로 적을 게 있으면 적으려 한다.
이걸 쓰는 나는 지금 하늘을 나는 비행기 안에 있다. (업로드는 땅에서 하겠지만.)
사진은 영어 블로그에 몰빵하기로 마음먹었다. 그조차도 아주 천천히 풀릴 것이다. 폰으로 사진을 첨부하며 블로깅 하기가 편리하지 않아서.
아무튼. 오랜만의 비행. 짧은 비행. 세 시간도 안 되는 비행이었다. 정말 간만에 말 그대로 붕 뜨는 느낌을 받았고, 간간이 위에사 압박하는 느낌도 받았다.
비행기가 뜨자 모든 것이 작아졌다. 흐린 것 같았던 하늘과 바다는 구름 위로 날자 청명한 푸른 빛이 되었다. 태양의 각도에 따라 구름의 흰 정도는 달라졌다. 밀도도 달라지는 것 같았다. 증발해서 그런가 보다.
순간순간 그대로인 것이 하나도 없었다. 절대적인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명상계를 돌아다니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 ‘모든 것이 허상이다’인데, 나는 그것을 이해하기가 참 힘들다. 그런데 비행을 하니까 약간 느낌을 알 것도 같다. 내가 저 아래 땅에 두고 온 것들은 모두 내 마음속에 있는 허상이다. 지금 이대로 비행기가 추락해 내가 대양에 둥둥 떠다닌다면, 다시는 듣지도 보지도 만지지도 못할 그 사람들은 전부 허상일 터. 비행기가 무사히 착륙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허상이다. 내가 다시는 떠올리지 않으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이며, 나도 그들에게 그렇다.
비행은 정신 건강에 좋다. 특히 가끔 하면 더욱더 그렇다. 비슷한 이유로 장거리 운전도 좋은 것 같은데, 비행은 인간이 돈과 시간만 내면 쉬이 접할 수 있는 시공간의 단절 및 이동이란 차원에서 더욱 강력하다.
모든 게 그대로일 거라는 두려움이 있는데, 가만 보면 그대로인 건 순간순간, 하나도 없다. 어찌 보면 모든 게 그대로일 거란 두려움은 참 말이 안 된다. 차라리 모든 게 변할까 봐 두려운 건 말이라도 되지.
모든 게 그대로이고 이게 끝일까 봐 무섭다. 왜 그것이 무서운가? 지금 이대로이면 왜 안 되는가? (어차피 지금 이대로이지도 않겠지만.) 나는 딱히 어디로 왜 굳이 가려고 하는가?
흰 구름안개가 가득한 바깥을 보면, 다 부질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