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오락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재밌는 예능이다.
출연자를 못생겼다고 놀리는 일도 없고, 재미를 가장해 역겨운 음식을 먹이거나 추위에 떨게 하는 일도 없다. 출연자들은 그저 재미를 추구하되, 본업에 충실해서 재미를 만들어낸다. 한국 가요계에서 수십 년에 걸쳐 유행한 주요 노래의 가사는 물론이고 춤까지 신들린 듯 춰내는 출연자들에게 나는 경탄, 감탄을 연발했다.
지구오락실을 보고 나면 진심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참여형 시청을 하는 바람에 (퀴즈에 참여함…) 목이 좀 쉬긴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그 어떤 “자기 계발”물보다 더 물씬 든단 말이지.
덕질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야 노래가 나오자마자 버튼 누르듯 춤이 탁탁 나오는 것… 하… 댄동 활동 좀 해봤다고 다들 저렇게 춤을 잘 추는 건 아닐 거야…
오늘날 내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더라도 최선을 다해 낭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뭘 하든지 간에, 하고 있는 그 동안에 어마무시하게 열심히 낭비해서, 어느 날 써먹을 일이 반드시 있게 만드리라.
관련된 이야기로, 최근에 어떤 초보자 기타 동영상에서, 어떤 학생이 부모의 반대로 기타를 몰래 배운다는 내용의 댓글을 발견했다. 정말… 아… 자식 인생 망치는 길이 여럿 있구나. 기타를 못 배우게 한다고? 변호사가 돼도 기타를 쳐 본 경험 때문에 아티스트의 변호를 맡게 될 수 있는 거고, 의사가 돼도 기타를 쳐 본 경험 때문에 수술 정확도가 높아질 수 있는 건데, 언제까지 ‘공부, 공부’를 외칠 건가?
이 학생이 부모 말을 안 듣고라도 기타를 치려고 해서 다행이다만, 대체 얼마나 많은 ‘착한’ 애들이 부모 말을 듣는다는 이유로 진짜 공부를 포기할지, 눈앞이 캄캄하다, 아주 그냥.
뭐라도 최선을 다해 하려고 하는 자한테 하지 말라고 좀 하지 마라.
또 옛날 옛적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들었던 명대사가 있다. 자식 공부 시켜서 대학 잘 보내려는 부모에게 그 사람이 그러더라. “어머님, 대학은 어머님이 공부해서 가세요.”
맞다. 가고 싶으면 자기가 가야지.
가지 못한 것은 죄가 아니나, 바뀐 시대에 적응 못 해 또 도태될 지식을 강요하는 건 죄, 맞다. 아니, ‘바뀐 시대’라고 할 수나 있나? 세상은 언제나 어떤 분야를 최선을 다해 파는 자들의 것이었다. 그것이 주종목이 될지, 주종목의 연장선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제발 좀 그놈의 얕은 ‘공부, 공부’ 좀 집어 던져라.